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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황당한 실수(?) vs 유쾌한 반란

기사입력 2023.03.1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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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대표기자

 

[굿뉴스365] 세종시의회에서 출자·출연기관 운영 조례의 향방은 물론 향후 시장의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표결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13일 세종시의회는 시장의 재의요구에 따라 지난달 10일 가결됐던 조례안에 대해 재표결을 실시했다.

 

당초 예상은 당연한 부결이었다.

 

지난 회기에서 의결될 당시 재적의원 20명 가운데 19명이 참석해 12명이 찬성, 7명이 반대를 했던 사항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표만 그대로 유지된다면 조례안은 참석의원 3분지2의 찬성을 구하지 못해 부결되기 때문이다.

 

이 조례안은 민주당이 집행부를 차지하고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집행부가 국민의힘으로 바뀌면서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추천을 맡는 임원추천위 구성과 관련된 것이어서 양당이 민감하게 대립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집행부의 수장이 바뀌면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이나 임원들도 알아서 용퇴를 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과거 박근혜 정권시절 행해진 인사부터 임기 전 물러날 것을 종용하는 것은 불법행위로 간주해 처벌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방정부에서도 나타났다. 

 

이런 인사문제로 집행부의 장인 시장의 정책과 공기업의 장이나 출자출연기관의 장이 다른 견해를 보여 갈등을 보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충남도와 같은 곳은 아예 조례를 만들어 단체장이 바뀔 경우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장들은 동반 퇴진하도록 규정했다. 단체장과 공기업 기관장들을 임기 공동체로 묶은 것이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이런 분위기가 성립된 것은 집행부와 다수의석을 차지한 의회가 같은 당이어서 가능하다.

 

세종시의 경우 이 같은 조례가 그동안 필요치 않았다.

 

바로 직전까지 절대 다수를 차지한 의회와 시장이 모두 민주당 일색이었고 심지어 시장이 민주당 시당위원장을 겸직하기 까지 했으니 조례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었다. 아마 이런 이유로 당시 열풍처럼 불었던 시의회의 집행부 선임 임원(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외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집행부와 의회를 모두 독점하다시피 했던 민주당이 절반에 해당하는 시장의 자리를 잃었기 때문에 이번 조례안 개정이 나왔고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만들지 않았던 인사청문회제도의 입법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한 것으로 보여 진다.


시의회의 이런 움직임에 최민호 세종시장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비록 의회와 대립각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출연기관 인사를 기득권을 가진 민주당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조례개정안에 재의요구를 했고 세종시 나름의 황금비율을 믿었을 것이다.


세종시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기에는 1표가 모자란다.

 

이 한 표를 최시장은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고 말았다.

 

표결은 14대 6.

 

세종시의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과정상 하자나 기기의 조작 미숙 등을 이유로 재차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뜻밖의 결과에 민주당은 희희낙락하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과연 이 한 표는 황당한 실수였을까? 아니면 소신의 발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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