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12-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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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종시에는 세종시민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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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n이슈

[기자수첩] 세종시에는 세종시민만 있다

송경화.jpg
송경화 대표기자

 

[굿뉴스365]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안 심의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인해 실망과 상처를 받으신 시민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의장으로서 이번 일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시민들께 원만한 해결 과정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임채성 세종시의회 의장이 23일 제93회 임시회 폐회를 앞두고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제 정원도시 박람회 예산안 심의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상처받은 시민들께 사과의 말을 전했다.

 

임 의장이 비록 수식어에 불과한 사과를 했다손 치더라도 그의 발언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래야만 균열된 모습을 보였던 세종시가 다시 제 길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 의장의 사과성 발언이 예산 복구를 주장하던 시민들에게는 그저 관용적인 인사치레 정도로 들릴 수도 있다.

 

이들에게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안 심의 의결과 관련 최민호 시장이 단식으로 예산복원을 호소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임 의장은 의장으로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들은 세종시의회 의장 임채성은 보이지 않고 다만 민주당 당원 임채성만이 존재했다는 비판을 했다.

 

이들의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임 의장은 한 시민이 무릎을 꿇은 채 9시간 이상을 예산복원을 호소했지만 외면한 채 뒷문으로 도망치듯 나갔을 뿐 그 시민을 만나거나 위로하지 않았다. 또 화훼농가 등 농민들이 수 차례 면담을 요구했지만 이마저 무시했다. 게다가 1만6500장 이상의 예산복원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서명서를 의장에게 전달코자 했으나 임 의장은 일정을 이유로 비서실장이 대신 수령했다.

 

의회 광장에서 수 많은 시민들이 예산복원을 주장했지만 의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최시장의 단식 초기에 김현옥 세종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단식 중인 최시장을 찾아와 단식을 중단하고 함께 세종축제에 참가하자고 했을 뿐이다.

 

그는 오히려 최 시장이 단식을 중단하며 밝힌 입장에 대해 SNS를 통해 비난에 가까운 글을 올렸다.

 

현직 시장이 단식이라는 방식으로 본인의 의지를 밝히는 와중에도 의장으로서 중재를 위한 자리 마련보다는 민주당 당원으로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는 게 중론이다.

 

여야를 아우르며 시의회를 이끄는 수장으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의장을 기대했던 것은 단지 시민들의 바램이었을까.

 

최 시장의 단식 와중에 한 어르신이 혈서로 예산 복구의 간절함을 전했을 때도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시의회는 현실적으로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을 전액 삭감함으로서 목전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을런지는 모른다. 일부 시민들에게서 결국 민주당이 이겼지 않느냐는 말도 들리고 있다.

 

과연 그럴까.

 

시의회는 여소야대라는 구조를 최대한 활용해 시의 정책에 제동을 걸었을지 몰라도 항간에서 ‘과연 의회가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회무용론도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의원들의 정당 공천 등 근본적으로 제도적 결함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지방자치는 지역민들의 민심에 근거를 두고 있다. 중앙정치가 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라면 지방자치는 민심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번 예산 삭감을 통해 나타난 것은 왜곡된 지방자치의 현주소이다. 민생은 안중에 없고 시민들은 그저 들러리로 보일 뿐이었다.

 

집행부의 수장이 단식을 하는 와중에도 여당 의원은 여당 의원대로 야당 의원은 야당 의원대로 각기 제 갈 길을 가기에 바빴다. 여당 의원들은 삭발을 해가며 시장을 응원했는가 하면 야당 의원들은 현란한 수사로 혹은 무리한 자료로 비난에 열을 올렸다.

 

야당 중심의 시의회에서는 시장이 의회가 의결한 사항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집행부를 존중하지 않은 것은 의회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항을 가지고 집행부를 공박하고 아예 논의조차 못 하게 한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이제부터라도 임 의장은 특별자치시 세종시의회의 수장다운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시도 그렇고 시의회도 그렇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시발점이 아닐까 한다.

 

임 의장은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잊지 말고 당원이 아닌 40만 세종시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의사 결정기관의 수장으로 민의를 수렴하고 민생을 챙기기를 바란다.

 

세종시라는 막중하고 무거운 짐을 실은 수레는 결코 시장이나 시의회 단독으로는 한걸음도 나갈 수 없다. 당이 아니라 시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이 우선이다.

 

시민은 말 그대로 시민이다. 정치적 성향은 다를 수 있을지언정 모두가 시민인 것이다. 내 시민이 어디 있고 네 시민이 어디 있을까. 세종시에는 시장의 시민도 시의회의 시민도 국회의원의 시민도 없다. 여당의 시민도 야당의 시민도 아니다. 다만 세종시민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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